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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공부

[경전해설] 마하(摩訶)

by 원강유통 2024. 1. 10.

마하(摩訶)

 ‘마하’는 범어로 ‘Maha’라고 쓰는데, 이는 발음만 그대로 따온 것일 뿐, 한자로는 특별한 뜻이 없습니다. ‘마하’의 뜻은, ‘크다, 많다, 뛰어나다’는 의미로서, 우리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의미의 크고 많다는 개념을 훨씬 초월하는 절대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 세계의 분별심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누군가를 보고 ‘저 사람은 키가 크다’고 했을 때, 우리들의 생각은 어느 정도의 키를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170, 180, 혹은 190정도를 키가 크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딱히 어느 정도를 큰 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옛날 못 먹고 크던 때 큰 키와 지금 큰 키의 기준도 달라졌을뿐더러, 같은 180cm의 키라고 해도 일반적으로는 크다고 느끼겠지만 농구선수들 사이에서는 작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크다, 작다’라고 했을 때 이것은 단지 상대적인 분별심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크다, 작다' 혹은 '많다, 적다', '지혜롭다, 어리석다'라고 느끼는 등의 모든 분별은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고정된 것이 없는 것입니다. 인연 따라 짧을 수도 길수도 있을 뿐,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무엇을 보고 크다, 작다고 하겠습니까? 이처럼 고정된 것이 없기에 인식의 극단을 벗어나라고 가르치는 것이 바로 중도(中道)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분별은 단지 주위의 환경[인연]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일 뿐인 것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나 혼자 무인도에 살았다면, ‘내가 크다?작다, 잘났다?못났다, 똑똑하다?어리석다’분별도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즉, 큰 사람이 있으니 그에 비교되는 작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가르침을 다른 말로 연기법(緣起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연(緣)하여 일어난다는 말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사는 이 법계는 바로 상대적인 세계, 연기의 세계입니다. 이처럼 일체가 상대적으로 돌아가는 상대의 세계에서, 이 경의 제목에는 재미있게도 ‘마하’라는 절대 개념이 붙어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마하’는, ‘절대적으로 크고 많고 뛰어남’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이 아니고, 절대적으로 큰 것, 즉 일체를 초월하는 절대적으로 큰 것입니다. 이것은 시간적으로 영원하고, 공간적으로 무한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면, 절대적으로 크고, 많고, 뛰어나다는 것은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것은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기에 일체의 모든 상대 개념을 초월합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일체의 모든 상대적인 것과 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둘이 아니므로 대비할 상대가 없는 것입니다. 상대가 바로 나이고, 내가 바로 상대이기 때문에 절대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마하’라는 수식어가 경의 앞에 붙어 있는 것은 단순한 문자의 표현이 아니라, ‘최고의 경지, 부처님의 깨달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하’라는 말이 뜻하는 바를 좀 더 자세하게 세 가지 의미로 나누어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 첫째는 ‘크다(大)’의 의미로 이는 우주, 허공, 삼천 대천 세계, 수미산 등을 부를 때 쓰여지는 공간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으며, 둘째는 ‘많다(多)’로 팔만 사천, 항하사(恒河沙), 미진수(微塵數) 라는 불교 용어에서 지극히 많음을 표현하는 수식어로 양적인 개념으로 쓰여지고 셋째는 ‘초월하다, 뛰어나다, 탁월하다’의 뜻으로 불변, 진실, 수승(殊勝)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처럼, ‘마하’의 의미는, 감히 우리 범부의 눈으로 자로 재듯이 재어 볼 수 있는 경지가 아닙니다. 처음 중국에 불경이 전해질 때, 그 뜻을 번역할 단어가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단어로 번역하면 의미가 변질될 것을 우려해 ‘마하’라는 말을 발음 그대로 옮기게 된 것입니다. 괜히 기존에 있던 어설픈 단어로 사용했다가는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의미가 한정되어질 수 있음을 경계한 까닭입니다

-법상-